CyNic

고 이청준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.

고루작작 2008. 8. 1. 15:10
10년도 더 지난 일이다.

평소에 손에 책을 놓고 다닌적이 없어서인지, 비서를 통해서 알게되었는지는 몰라도,
내가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한다는 걸 어찌아셨는지 사장님이 내 생일날 손수 책을 사러 한블록 가까이 걸어 서점을 다녀오신적이 있었다.
기사분이 안절부절하며 서점까지 따라갔다왔다는걸 나중에야 알게되서 얼마나 죄송스러웠던지..


어느날엔가 뜬금없이 내 볼일이 전혀 없는 사장실에 불려가게 됐는데, 그때 친구분이라며 사장님이 소개해주신 분이 소설가 이청준님이셨다.
새로나온 책을 들고 친구를 만나러 오신 이청준님께, 사장님은 책 많이 읽는 친구라며 싸인해서 한권 주라고 하셨고 덕분에 난 황송하게도 두분의 담소 사이에 끼어 한참을 자리했다가 친필 싸인이 된 책을 받아 나왔었다.

한국소설을 잘 읽지 않았고, 이청준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서편제밖에 몰랐던 때였는데..
그 이후로 한국소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계기가 되기도 했다.

어제, 오리지널 캣츠를 보고 들뜬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서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은채 인터넷을 보다가 이청준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알게됐다.

문득 10년도 더 된, 그분과의 짧은 만남이 떠오르면서...10년전에 사장님의 부음을 신문에서 발견했을때처럼..
내가 알고, 만났던 누군가의 타계소식을 듣는다는게 너무도 슬픈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.
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이 있을일들 일텐데..슬픈건 어쩔수가 없다.


고 이청준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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